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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정치부장
정부 출범 만 2년(5월 10일)을 보름여 앞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수석 이상 참모진 가운데 원년 멤버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등 3명뿐이다.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출범한 현 정부 청와대 1기 비서진은 대부분 교체됐다. 이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한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참모도 있고, 잘못된 정책으로 대통령과 정부를 곤경으로 몰아넣었다는 평가를 받는 참모도 있다. ‘내로남불’ 처신 때문에 국민 밉상으로 찍혀 쫓겨난 참모가 적지 않은 것은 이전 정부와 비슷하다.
최근 청와대 참모진에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는 비서진이 늘고 있다. 주식 투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19일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이미선 후보에 대한 자격 논란이 일 때, 이 재판관 남편은 불법 주식 투자 의혹을 제기하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TV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이 재판관의 주식 투자가 정당했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면 이 재판관의 남편이 아니라 인사 추천을 맡은 조현옥 수석이나 검증을 책임진 조국 수석이 나서서 해명하고 맞서야 했다. 대통령 탄핵을 결정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헌법재판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임명권자를 대신해 추천과 검증을 맡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나서지 않고 당사자 남편이 나선 것은 코미디다.
2년간 국회에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채 10여 명의 장관급 인사가 임명됐는데도 ‘조-조’ 라인이 자리를 지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김의겸 전 대변인도 국민과 코드 맞추기에 실패했다. 그는 사퇴하면서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나름의 해명이자, 억울함을 소명했다. 아내 탓을 하지 말고 그냥 “죄송하다”고 한마디 하면 될 일이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이 고급 외제차를 탔다는 지적에 대해 “외국에 있으니 당연히 외제차를 탔겠죠”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아들 해외 유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금을 올려 돈을 보냈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중국에서 최고의 신하로 통하는 위징(魏徵)은 당 태종에게 이렇게 말했다. “양신(良臣)은 후세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고, 군주가 거룩한 천자가 될 수 있도록 돕지만, 충신(忠臣)은 자신은 물론 일가족 모두가 몰살당하고, 군주는 폭군이 되며 국가도 가문도 모두 멸망해 오로지 자신만이 충신의 이름을 후세에 남기니 부디 저를 양신으로 만드시되 충신이 되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집권 중반 이후 안팎의 위기와 도전에 처한 문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신이 될 좋은 참모는 곁에 두고, 충신 조짐을 보이는 이상한 참모들은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소통과 공감 능력은 없으면서 잔소리만 하는 기성세대를 향해 2030세대는 ‘386 꼰대’라고 부른다. 잔소리도 부족해 변명에 면피까지 하는 386 진보 꼰대 참모가 청와대에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
y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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