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신인 투수의 등장은 야구팬들의 로망이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해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타이틀을 따내며 MVP와 신인왕을 휩쓴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그랬다. 작년에도 KT 소형준이 고졸 신인으로 국내 선발 투수 최다승(13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올 시즌에도 대형 신인 투수가 탄생할 수 있을까. 리그를 휘어잡을 만한 국내 선발 투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 초반 두각을 나타낸다면 도쿄올림픽 대표팀 깜짝 승선도 가능하다.

◇‘9억팔’, 155km 찍고 첫 무실점

가장 시선을 끄는 선수는 역시 ‘9억팔’ 장재영(19·키움)이다. 올 시즌 우완 투수 장재영이 키움 유니폼을 입으며 받은 계약금 9억원은 한기주의 2006년 KIA 입단 당시 10억원에 이은 역대 2위 금액이다.

장재영은 키움 사령탑을 지낸 장정석 KBS N 해설위원의 아들이다. 장정석 해설위원은 “장재영은 구속은 더 빠를지라도 제구력과 멘털 등 종합적인 면에선 소형준보다 떨어진다. 다만 힘에 의존했던 고교 시절에서 벗어나 프로에서 준비를 잘한다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장재영은 17일 KT와 연습 경기에 6회초 등판해 안타와 실책으로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어 세 타자를 1루수 플라이, 삼진, 좌익수 플라이로 잇달아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그는 아직 시즌이 막을 올리기 전이라 어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150km 중반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졌다. 김건형에게 직구 3개를 던져 삼진을 잡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김건형이 헛스윙한 세 번째 공의 구속은 155km가 찍혔다. 그는 앞선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는 제구가 흔들리며 각각 1이닝 1실점했다. 장재영은 직구의 위력을 배가하려 커브를 연마하고 있다.

◇이의리·김진욱, 최고 좌완 루키는 나

KIA 좌완 이의리(19)는 올봄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신인 투수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선발진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맷 윌리엄스 감독은 이의리를 5번째 선발 후보로 놓고 시험 중이다.

이의리는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4이닝 동안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으며 무실점했다. 부드러운 폼에서 나오는 강속구가 일품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구속은 150km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청백전 중계를 지켜보던 양현종이 “나보다 공이 좋다. 볼이 무시무시하다”며 극찬했을 정도다.

고교 시절 최고 좌완 자리를 놓고 이의리와 경쟁을 펼쳤던 롯데 김진욱(19)도 올 시즌을 힘차게 준비하고 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김진욱에게 선발을 맡길 생각”이라며 “올 시즌엔 1, 2군에서 100이닝 정도만 던지게 하며 관리를 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욱은 온몸을 활용해 높은 릴리스포인트에서 공을 던지는 정통 오버핸드 스타일이다. 140km 중반대의 직구가 장재영, 이의리보다 빠르지 않지만 공 끝은 더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일 키움과의 시범경기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투수들만큼이나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내야수들도 주목받고 있다. 두산 안재석은 칭찬에 인색한 김태형 감독이 “수비와 타격 모두 기대 이상”이라며 미소를 띠는 선수다. LG 이영빈과 키움 김휘집도 안정된 내야 수비로 합격점을 받았다.

계약금 5억원에 롯데에 입단한 나승엽은 연습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날카로운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외야수 민병헌이 뇌 수술로 올 시즌 출장이 불투명한 가운데 허문회 감독은 고교 시절 내야수였던 나승엽을 중견수로 활용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4년 전 이정후(키움)가 프로 첫해에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해 신인왕을 거머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