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6-23 16:43
제목 : [단독]“테라 대폭락 징조 알고도 더 팔았다”…美 투자자들 집단소송 소장 보니
 글쓴이 : JungEu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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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도 “우리는 지속 불가능성 알고 있었다” 고백투자자 “권도형 등 위험 알면서도 투자 홍보해 기망”“가격 부풀린 뒤 자신들 코인 팔아 이익 봤다” 의혹99% 폭락 사태를 빚은 가상통화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가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계속 신규 투자자를 모집한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 투자자들은 이런 행위가 일종의 ‘불완전판매’라고 보고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불완전판매는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에게 금융 상품을 사라고 권유하는 행위를 말한다. 23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미국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민사 소장에 따르면, 테라 시스템을 운영·조정하는 비영리단체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관리위원인 레미 테톳은 테라 폭락 이후 내놓은 분석자료에서 “우리는 (테라의) 앵커 프로토콜의 20% 이율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란 테라USD(1달러 가치 고정을 지향하는 테라의 스테이블코인)와 루나의 가치 안정을 돕기 위해 테라폼랩스와 벤처 캐피털들이 주도해서 만든 비영리단체다.레미 테톳이 언급한 앵커 프로토콜은 약 20%의 고이율을 약속한 테라 생태계 내의 ‘저축 상품’이다. 투자자가 앵커 프로토콜에 테라를 예치하면 20%의 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앵커 프로토콜의 이 같은 고이율 정책으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고 테라·루나는 한때 가상통화 업계 시가총액 8위에 오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앵커 프로토콜에 몰린 자산은 테라폼랩스 총예치자산(TVL)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나친 고이율로 준비금이 서서히 고갈됐다. 결국 지난 5월 초 흔들리는 테라·루나의 가치를 앵커 프로토콜이 방어하지 못해 대폭락을 맞았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당시 가격 추이. 해시넷위키소장에 따르면 레미 테톳은 분석자료에서 “나는 테라 시스템이 성장하면서 이율도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고이율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돌아보면 20%의 이율은 결과적으로 실수였다. 이는 (가격) 방어 메커니즘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테라의 수요를 너무 빠르게 증가시켰고, 이 같은 성장은 시스템이 조정될 시간을 주지 않고 취약성을 키웠다”고 밝혔다.앵커 프로토콜이 정상적인 금융서비스가 아닌 ‘미끼 상품’이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레미 테톳은 “20%의 수익률은 본질적으로 마케팅 예산과 고객 획득 비용이었다”고 했다. 20% 수익률이 생태계 내에 새로운 투자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비용이었다는 얘기인데, 이는 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돌려막기)’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 투자자 닉 패터슨은 “새 투자자들이 계속 유입되지 않는다면 죽음의 소용돌이(테라와 루나가 서로의 가치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등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그럼에도 테라폼랩스와 루나파운데이션가드 관계자들은 테라 생태계가 안정적이라고 홍보하면서 지속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에 자금을 투자한 ‘쓰리애로우캐피털(3 Arrows Capital)’의 공동설립자 카일 데이비스는 대폭락 일주일쯤 전인 지난 4월29일 “스테이블코인은 모든 것을 갖는 승자이자 이 시대의 성배이며, 그 우승자는 테라와 루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 관리위원이자 테라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카나브 카리야 점프크립토 회장은 지난 2월 “비트코인 보유고가 테라의 페깅(1달러 가치 고정)의 신뢰를 강화하고 그를 보호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홍보했다. 테라폼랩스의 창립멤버이자 책임연구원인 니콜라스 플라티아스도 “테라는 분산된 유동자산 풀에 의해 보호된다”며 “테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반론은 제거됐다”고 했다. 권 대표 역시 꾸준히 트위터로 투자를 홍보하며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나는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고 대꾸했다.



폭락 사태 이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블룸버그와 인터뷰하고 있다. 블룸버그 영상 캡처투자자들은 이 같은 행위가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며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 법인, 루나파운데이션가드 등을 상대로 민사 소장을 접수했다. 투자자들은 한국의 자본시장법에 해당하는 미국 증권거래법과 하위 테스트(어떤 거래가 미국 증권거래법상 투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미국 대법원 테스트)로 볼 때 테라와 루나는 ‘증권’임이 명백하다고 했다. 그러므로 테라·루나의 위험성을 알고도 시스템이 안정적인 것처럼 홍보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은 행위는 위법이라는 논리이다.또 투자자들은 고소장에서 “피고들이 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을 유입시켜 가상통화 가격을 부풀리고, 자신들이 보유한 가상통화를 팔아 상당한 이윤을 남기려고 의도했다는 것”이라며 “실제 이들은 수십억개의 루나를 시중에 팔았다”고 주장했다.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관련 법리를 검토 중이다. 합수단은 최근 테라 시스템 개발에 관여한 일부 직원들을 출국금지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권 대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내가 실패했지만 100% 언행일치는 했다”며 “실패와 사기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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